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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뒷자리에 ‘덜미’…빅데이터 분석으로 잡아낸 가족 보험사기단

입력 | 2018-01-31 17:23:00


충남 지역에 사는 30대 김 모씨 형제는 ‘가족 보험 사기단’이다. 이들의 사기에는 어린 자녀들까지 총동원됐다. 2014년에는 동생 부부와 자녀 3명이 탄 승용차를 형이 일부러 뒤에서 들이받아 보험금 195만 원을 챙겼다. 이후엔 동생이 형의 가족들이 탄 차를 받는 수법으로 1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들 형제는 이런 식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8건의 고의 사고를 내 1억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는 보험사도 알아채지 못했다. 형과 동생이 가입한 보험사가 달라 이들이 형제인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최근 도입한 ‘관계분석형 보험사기 조사’ 프로그램은 피해가지 못했다. 형과 동생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비슷한 점이 프로그램의 그물망에 걸려든 것이다.

금감원은 2012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이처럼 조직적인 보험사기를 벌인 22개 조직, 100명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챙긴 보험금은 14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동승자 등의 역할을 철저히 분담했다. 한 대리운전기사는 자신을 포함해 11명이 함께 역할을 바꿔가며 32건의 경미한 접촉 사고를 내고 6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배달 오토바이를 모는 친구 3명은 서로 부딪히거나 다른 차량과 일부러 추돌하는 등 50건의 고의 사고를 내고 보험금 1900만 원을 챙겼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기존 보험사기 조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기존 조사는 주로 사기로 의심되는 신고 등을 통해 진행됐다.

이와 달리 이번 관계분석형 조사는 운전자의 신상과 사고접수 내역, 보험료 지급 내역 등 10억 건에 이르는 데이터를 8개월간 분석해 이뤄졌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일정한 패턴의 공모 관계가 드러난 243건의 의심 사례가 잡혔다. 이중 71건은 이미 적발됐고, 오류나 중복을 제외한 22건의 사기 행각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정관성 금감위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당장은 사기를 친 게 걸리지 않더라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드시 적발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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