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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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1층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상태였다. 유독가스도 계단 등을 따라 건물 전체로 빠르게 퍼진 뒤였다. 거센 불길과 연기는 소방대원의 건물 진입을 가로막았고 결국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이는 당시 소방당국의 무전교신과 119신고 내용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처음 병원 관계자들이 자체적으로 진화하느라 ‘신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 출동한 소방차 살수에 차질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소방차 블랙박스와 병원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며 이 부분을 조사 중이다.
31일 동아일보가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119신고와 소방대 무전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지난달 26일 오전 7시 32분 병원 전화로 접수됐다. “세종병원입니다. 불났습니다. 빨리 좀 와 주이소(주세요). 세종병원 1층 응급실”이라는 내용이었다. 1분 뒤 “여기 3층인데 연기가 들어와서 문을 닫아버렸어요”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 이미 건물 대부분으로 연기가 확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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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4분 53초, 밀양지휘조사팀장은 “가곡분대, 신속히 호스 전개해서 화점(火點) 방수”를 전달했다. 가곡분대는 “47(‘알았다’는 음어) 가곡분대 현장도착. 1층에 지금 연기가 많이 난다”고 보고했다. 7시 35분 25초 가곡분대는 “화점은 응급실입니다. 화점은 응급실”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7시 37분 6초 “여기 접산. 2층에 사람들 있는데, 연기 때문에 대피가 불가능하다고 한다”는 내용이 전파됐다.
7시 42분 4초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하나(소방서장 지칭)는 지금 출동 중이고 현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다. 화재 당일 브리핑 등을 통해 “오전 7시 39분 현장 도착 및 지휘”라는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7시 45분 9초 최 서장은 “하나, 지금 현재 현장 근접 중”이라며 경찰에 연락해 현장 반경 300m 주변 전면 통제해 줄 것을 요청토록 우선 지시했다.
7시 47분 19초 경남상황실은 “2층 화장실에 인명구조 요청 있다. 화장실 창문 쪽에 인명구조하기 바란다”는 무전을 보냈다. 이 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하다 숨진 의사의 신고 전화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사는 오전 7시 46분 119에 휴대전화를 걸어 “2층 당직실에 있다. 출입구가 막혀있어 화장실 창문 쪽에 피신해 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이후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 의사의 신고 전화가 접수되지 않았다.
7시 49분 25초, 최 서장은 “지금부터 다랑 하나가 현장을 지휘한다”고 전 대원에게 알렸다. 7시 54분 옥상에 있다는 사람으로부터 “아까부터 그랬는데. 빨리 빨리. 좀. 연기 다 타겠다”라며 재촉하는 전화가 119에 걸려왔다. 7시 55분 40초 “옥상 쪽으로 굴절사다리를 전개하려 하지만 고압선 때문에 어렵다”는 밀양지휘조사팀장의 안타까운 음성이 무전기를 통해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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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18분 119 상황실 근무자가 신고자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5층에 근무한다고 밝힌 이 직원은 “연기가 꽉 차서 보이지 않아 뒤쪽 계단으로 내려왔다. 5, 6명 나왔고 5층에 있었던 환자 28명과 직원까지 합쳐 35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8시 19분 45초 경남상황실은 답답한 듯 “현재까지 화재 진압사항 어떻습니까? 화점 잡혔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나 밀양지휘조사팀장은 “화점이 잡히지 않은 상태. 화재 진압 중. 오히려 확대된 상태”라는 말을 반복했다.
화재 발생 1시간 이상이 지난 오전 8시 49분 17초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으니까 신속하게 화재부터 잡아주기 바람”이라는 무전이 흘러나왔다. “배연(排煙)이 안된다”는 음성도 섞여 있었다. 8시 51분 11초 “2층 엘리베이터 개방, 요구조자 구조. 특구대(특수구조단) 3층 진입”이라는 무전이 전파됐다. 대원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해 구조와 인명검색에 나선 시점으로 추정된다. 8시 53분 37초 “환자 다수. 이송 인원 3층으로 불러주기 바람. 특히 3층엔 침대에 누워 호흡기를 꽂고 있어 움직이면 2차 사고 발생우려가 있다. 이송시 의료진 대기”라고 현장의 요청이 전달됐다.
소방당국은 8시 40분 1차 인명검색, 9시 29분 초진(初鎭), 9시 31분 2차 인명검색 완료, 10시 26분 완진, 12시 20분 5차 세부 인명검색 완료라고 발표했다.
밀양=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밀양=김동혁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