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극인 산업1부장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뒤 거꾸로 ‘한국 배우기’에 나섰다. ‘왜 한국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이기는가’류(類)의 책과 포럼이 쏟아졌다. 2012년 일본의 한 지상파 TV는 “엔터테인먼트는 한류에 밀리고, TV는 삼성과 LG에 밀려 소니와 파나소닉 사장이 교체됐다. 이대로 가면 다 질 것이다”고 한탄했다. 한국의 전경련 격인 일본 경단련(經團連) 산하 연구소는 ‘2030년대부터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한국에 역전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시 일본 언론은 “이미 역전된 것 아닌가”라며 냉소했다. 불과 6년 전 일이다.
어느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중국은 한국엔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며 대놓고 완력을 휘두른다. 일본은 언제 슬럼프였냐는 듯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 기업인들은 중국과 일본 기업의 스피드에 까무러치고 있다. 최근 만난 안건준 한국벤처기업협회장은 “이대로 가다간 2, 3년 뒤에 한국 경제는 무너지겠다 싶다”고 했다. 안 회장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이다.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둘러본 뒤 “한국 청년들은 모두 공무원을 꿈꾸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한국의 미래를 비관했다. 청년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는 혁신이나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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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규제 혁명’을 강조했다. 옳은 방향이다. 다만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규제 혁명으로 탄생한 벤처들이 쑥쑥 커나가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대기업과 함께 뛸 수 있는 ‘팀 코리아’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에 문제가 있다면 핀포인트해 대응하면 된다. 세계는 이미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토털 사커’ 시대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 벤처 생태계를 부러워하던 이스라엘 벤처를 지금 한국은 거꾸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세계에서 끌어들인 유대인 자금의 힘이다. 한국엔 대기업 자원이 있다.
배극인 산업1부장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