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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내 ‘닥터콜’ 참여 의사 “제도 개선해 의사 부담 덜고 참여 이끌어야”

입력 | 2018-01-29 03:00:00


임주원 교수

“여기 의사 선생님 계신가요?”

비행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다급히 의사를 찾는 ‘의사 호출(닥터콜)’ 방송이 들린다. 이때 비행기에 탄 국내 의사들은 과연 얼마나 환자를 위해 자원해서 나설까? 국내 연구진이 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참여 의향에서는 ‘부정적’으로 나타난 반면 실제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임주원 교수(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연구이사)는 2016년 7, 8월 두 달간 대한가정의학회와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회원 445명을 대상으로 기내 응급상황에서 닥터콜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기내 응급상황을 실제 경험한 96명 중 73명(76%)이 응급진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여하지 않았던 의사의 56.5%는 “이미 다른 의사가 있어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상황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이 닥터콜에 응한 셈이다. 이는 미국항공우주의학회 회원 2300명을 대상으로 1998년에 조사한 결과 62%만 기내 응급상황에 나섰다고 대답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하지만 앞으로 기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62%만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조사 결과 80%가 승객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임 교수는 “응급진료 참여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치료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우려 때문”이라며 “실제 관련 국내 법률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의 참여 의향은 36%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법률이 의사의 기내 응급상황 참여 의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응급의료법 제5조 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이 감면된다. 이 법률에 대해 의사들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환자가 사망하면 형사책임이 따른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임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 이러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의사 처벌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다”며 “의사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의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개선과 대처법 교육이 독려되면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국내 학술지 ‘항공우주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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