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로버트 해리스 지음/조영학 옮김/348쪽·1만4800원·RHK
교황이 선종하자 전 세계에서 온 추기경 118명이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 회의를 시작한다. 냉정하고 지적인 진보주의자 벨리니 추기경(이탈리아인), 다양성을 중시하는 아데예미 추기경(나이지리아인), 행사 때 라틴어 사용을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주의자 테데스코 추기경(이탈리아인), 두뇌 회전이 빠르고 언론 매체를 잘 활용하는 트랑블레 추기경(프랑스계 캐나다인)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한다.
선출 과정은 엄숙하게 진행되지만 추기경들도 인간이다. 출신 대륙별, 이념 성향별로 특정 추기경을 지지하는 집단이 형성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의미심장하게 해석된다. 선종한 교황의 빡빡한 일정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젊은 추기경을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콘클라베 관리 임무를 맡은 로멜리 추기경이 준비한 기도문 대신 즉석에서 감명 깊은 기도를 올리자 교황을 꿈꾼다는 말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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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지만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콘클라베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해 비밀의 공간을 엿보는 듯한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체격의 교황이 선출될지 알 수 없기에 교황용 제의와 어깨 망토를 대, 중, 소 세 가지로 준비하고 단화도 사이즈별로 10여 개를 갖춰놓는다는 것. 더불어 종교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믿음과 실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