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없이 매일 신문을 낸다고 해도 지령이 1만 호 더해지는 데는 28년이나 걸린다.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동아일보가 1만 호(1955년 8월 19일)를 내기까지는 35년이 넘게 걸렸다. 다시 2만 호(1986년 10월 1일)에 이르는 데 약 31년 1개월, 3만 호까지는 또다시 약 31년 3개월이 걸렸다.
현재와 같이 주 6일 동안 일부 연휴를 빼고 날마다 신문을 한 번 내는 체제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4만 호에 이르는 것은 32년 4개월 뒤다. 다시 말해 2050년 6월 어느 날에 동아일보는 지령 4만 호를 발간하게 된다.
냉전 체제가 여전했고 권위주의가 지배했던 시절임에도 동아일보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거의 정확히 예측하는 한편으로 중국·소련과도 교역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인들은 007 가방 크기만 한 이 단말기를 휴대하면서 어느 때든 회사에 연락, 사무 지시를 얻어낼 수 있으며… 필요한 정보는 정보저장은행에서 곧바로 얻어 쓸 수 있으며 결재도 손대신 ‘보았다’는 신호만 타이핑하면 된다.”
지령 3만 호 시대의 미래 모습을 예측해 본 동아일보 2만 호(1986년 10월 1일). 당시에는 3·1운동 100년, 본보 창간 99년을 맞는 2019년에 지령이 3만 호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2019년의 세상을 그려봤다. 동아일보DB
당시 지면이 예측한 ‘자동화 사회’의 모습은 흥미롭다. “고속도로도 컴퓨터화돼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은 운전 없이 종착지까지 갈 수 있다”는 건 자율주행자동차의 출현을 예견한 것 같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확신하기도 했다. “사회 경제 규모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한 계층 또는 특정 집단이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되므로 자연스러운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 개인의 자유, 언론의 자유, 재산권의 보호 등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또 “계층 간 빈부격차 및 격차의 세습구조는 사회 전 영역의 민주화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은 오늘날 ‘수저계급론’을 떠올리게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