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바로크적인/한명식 지음/396쪽·1만8000원·연암서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대표적인 바로크풍 그림이다. 연암서가 제공
바로크 양식 예술 작품을 보면 화려함과 우아함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중세를 막 벗어난 근대인들의 극심한 혼란과 우울함이 담겨 있다. 르네상스라는 극단적인 세계관의 변화, 새로움과 인식의 모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같은 과학적 발견으로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난 짙은 고독은 시대의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바로크 예술이 지적, 사회적 혼란을 예술로 대변하려는 의지로 들끓었던 시대적 사건들을 가로질렀다고 분석했다. 근대의 시작과 세계관 변화, 종교의 분열은 보편적인 정신의 근간을 바꿨다는 것이다. 특히 유일신 체계에 바탕을 둔 기독교의 분열은 통일과 조화를 이상으로 삼는 단일성 구조를 뒤엎었다고 봤다. 또 바로크 예술에서 나타나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 실체에 대한 의문과 불안, 겉모습과 참 존재라는 모호한 갈등 구조는 시대적 혼란이 시각화된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