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연구진과 인체 냉동보존 공동연구를 시작한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가 12일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관련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죽은 사람의 뇌를 되살리는 것이 가능할까.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38)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계에서는 2040년경이면 냉동보존 해놨던 죽은 사람의 뇌를 살려낼 수 있다고 본다. 미래에는 뇌를 인공신체에 이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바이오-정보기술(IT) 기업 ‘뉴럴링크’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의 계획처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이용해 사람의 자아(기억)를 컴퓨터로 옮기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최근 러시아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기업인 크라이오러스와 공동연구를 시작한 휴먼하이테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다. 기술·교육 서비스 공급업체인 휴먼하이테크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크라이오러스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를 한국에 론칭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인체 냉동보존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장기이식에서부터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장이나 간, 심장 등 장기는 기증 자체도 적지만 지금은 기증을 받더라도 기증자가 사망한 직후 수 시간 내에 환자에게 이식되지 못하면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다. 장기를 냉동시켜 보존해 놨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뇌 이식이나 전신소생의 경우, 기술적인 한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윤리적인 문제가 반드시 따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인체 냉동보존 기술을 영생의 길로 여기며 냉동인간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역시 장기 이식과 신체마비 환자의 재활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줄곧 재생의학에 관심을 가져온 김 교수는 충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아주대 생명과학과 석사를 거쳐 차의과대 의생명과학과에서 줄기세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수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뒤 2015년부터 건국대 의전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진행된 원숭이 머리 이식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으며 제임스 투어 미국 라이스대 화학과 교수팀과 함께 그래핀을 활용한 척수신경 재생 연구도 수행 중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의 관건은 해동 기술이다. 현재까지는 냉동보존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자나 난자, 피부세포, 세균 등 단일세포를 얼렸다 다시 활성화시키는 일은 흔하지만 완전히 냉동시켰던 동물의 장기를 손상 없이 해동시킨 사례는 없다. 그는 “조직의 내부까지 열이 균일하게 전달되는 급속 해동이 가능해야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노입자-자기장 기술을 응용해 안전한 장기 해동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해 돼지의 심장판막을 최초로 손상 없이 해동시키는 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