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일만하면 만성피로 빠져… ‘관찰자아’ 잃어 현재에 매몰 십상 정상때보다 업무효율 54% 떨어져… 리더의 불안, 조직의 위기 부를수도
오소리오의 증상은 만성피로증후군이었다. 이는 일반적인 피로감과 다르다. 보통 힘든 일을 하고 나서 느끼는 피로는 며칠 잘 자고 푹 쉬면 회복이 되지만,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의 피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피로가 장기간 풀리지 않으니 일상생활이나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노동생산성은 정상 상태와 비교했을 때보다 약 54% 떨어진다. 미국에선 이로 인한 생산성 감소가 연 91억 달러(약 9조6000억 원)로 추산된다. 이는 모든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규모(100억 달러)에 버금가는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조직의 리더가 만성적 피로를 호소할 때다. 만성피로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얼굴 표정, 말투, 자세 등이 부정적으로 변한다. 이 부정적인 감정은 함께 일하는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확산된다. 위기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구성원을 다독여야 하는 위치에 있는 리더가 오히려 불안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라. 이는 전체 조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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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아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휴식을 미루거나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경우다.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현 상황에 매몰돼 주변을 돌아볼 틈이 생기지 않는다. 둘째, 집과 일터를 혼동하는 경우다. 밤과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 그것은 그의 관찰자아가 점차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는 경고다. 집에서는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내야 건강한 관찰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 기업에서도 오소리오와 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임원들이 새벽에 출근해 밤늦은 술자리까지 이어지는 피곤한 하루를 보낸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임원은 원래 그런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개인은 물론 조직에도 큰 타격을 준다. 최근 삼성그룹이 경북 영덕에 상담 전문 인력을 둔 연수원을 열었고, LG디스플레이는 경북 문경에 ‘힐링센터’를 개관해 명상과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렇게 임직원이 휴식과 성찰의 시간을 찾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기업의 문화와 제도가 필요하다.
이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머징 파트너 yslee@emerging.co.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