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유물에 있다/강인욱 지음/192쪽·1만 원·샘터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호기심을 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고고학을 일상적 언어로 풀어낸다. 뤼크 베송의 영화 ‘루시’에서 디지털을 통해 영생을 얻는 대목에서 파지리크 고분의 양탄자에 새겨진 세계수를 떠올리는 식이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본능에 관한 이야기다. 시대를 초월한 공통분모가 발견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발굴 작업에서 벌어지는 짠한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저자가 유학을 했던 1990년대 중반 러시아는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다. 러시아과학원의 재정난으로 감자와 메밀을 먹으며 거의 맨손으로 바라바를 발굴했다. 쉬는 날에는 너구리 오리 사냥을 하고 주변 농가에 감자를 캐주고 달걀과 보드카를 얻기도 했다. 우아하게 앉아서 연구하기보다 필드에 나가 땅과 굴을 파야 하는 학문이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