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소감 - 김예솔비 씨
직시하고 관조하며 넋 놓고 바라봅니다
김예솔비 씨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평론 강의를 해 주셨던 정한아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탈속만이 본질이라고 믿으며 글을 멀리했던 내게, 글과 나 사이의 소중한 접점 같은 것도 있다고 평론과 들뢰즈라는 세계를 통해 알려 주셨다. 꿈결 같았던 수업 이후 일 년 동안 잔상 속에서 읽고 보고 쓰면서 지냈다. 당선 소식을 들은 날에는 꿈에서 막 깨어난 사람의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함께 기뻐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이제 다시 모호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밀이 일상처럼 흐르는 암실 안으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섬광처럼 스치는 진실을 믿는다. 찰나를 기다리는 사진가의 근력으로 써 나가겠다. 직시하면서 관조하면서 때로는 방관에 가까운 방식으로 넋 놓고 바라보면서.
△1995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 심사평
김시무 영화평론가
올해 응모작은 38편이었다. 문제적 사극 ‘남한산성’과 실화에 바탕을 둔 ‘택시운전사’를 다룬 글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에 대한 평문도 있었다.
눈에 띄는 응모작은 5편이었다. ‘택시운전사’를 다룬 ‘역사는 어떻게 집단기억이 되는가’는 적절한 인용을 통해 설득력 있게 논지를 전개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초창기 영화의 이미지에 빗대어 다룬 ‘0과 1이 된 링컨과 릴리안 기쉬’는 응모자의 전문성이 엿보이는 글이다. 서사가 거의 없는 독립영화 ‘더 테이블’을 짐작의 사유로 분석한 ‘언어보다 강한 침묵’은 그만큼 분석력이 돋보였다.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예술을 사유하는 법’은 문제의식은 좋았지만 다소 산만한 게 흠이었다. 그리고 남한산성을 시간의 관점에서 분석한 ‘불가능의 미메시스: 무수한 지금들의 투사-황동혁의 ‘남한산성’이 시간을 은유하는 방식’까지 이들 5편은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불가능의 미메시스: 무수한 지금들의 투사’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남한산성’을 오늘날 정치적 상황 및 현실에 빗대어 분석하는 글들은 많이 있었지만, 시간을 화두로 삼아 극한 상황 속 삶과 죽음의 문제를 치밀한 논리로 풀어가고 있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매우 안정적인 문장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어 평론가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