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 보고서 파장]靑, 역사-미래 분리 투트랙 전략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무리해서 합의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간 공식적인 합의를 대통령이 직접 부정하는 데 대한 외교적 파장의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합의는 1mm도 움직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일 외교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다.
○ 靑, “역사와 미래는 분리” 투 트랙 전략
관건은 후속 조치다. 청와대는 2015년 합의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파기나 재협상에 나서는 데는 신중한 분위기다. 정부가 재협상을 선언하더라도 당사자인 일본이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2015년과 다른 합의 내용을 이끌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합의 무효화는 아니다. 문 대통령의 소회를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역사와 미래는 분리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도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진정한 마음의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자세로 일본과의 외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사에만 매달리지 않고 양국의 미래 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 입장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생각하고 있는 한일 위안부 논란의 ‘출구 전략’은 한중 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식 해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끝에 사드에 대한 한중 양국의 이견을 딛고 관계 발전에 합의한 것처럼 일본과도 미래지향적인 협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日, “합의 이행 요구 변함없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계속해서 합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형태로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일 관계의 먹구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4강(미중일러)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만 방문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TF 조사 결과 발표 뒤 한일 정상 간 통화도 없었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응도 주목된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팽창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3각 동맹 강화 차원에서 한일 위안부 갈등의 조기 해소를 주문해왔고, 그런 기조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를 감안해 정부도 TF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 측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