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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결국 자사고 폐지 수순으로 가는 ‘교육 포퓰리즘’

입력 | 2017-12-27 00:00:00


내년부터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고 일반고와 입시를 동시에 치르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교육부는 “소수 특정 학교의 우수학생 선점 해소와 고교서열화 완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은 집에서 거리가 먼 일반고에 가거나 재수를 감수해야 한다.

새 시행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로 가는 수순으로 보인다. 자사고 등은 학생 선발에 우선권을 줌으로써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사교육을 부추기며 일반고를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은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사고의 전신(前身)인 자립형사립고는 ‘하향 평둔화(平鈍化)’로 갈 우려가 큰 고교평준화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도입된 제도다.

이번 조치로 일반고의 위기가 해소되고 교육의 질이 높아질지 의문이다. 우선선발권 제도의 폐지로 교육 수준이 높은 ‘강남 8학군’의 인기가 높아지면 강남 집값은 들썩일 것이고, 사교육은 훨씬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만 또 하나 없어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 재정 보조를 한 푼도 받지 않는 자사고 등으로선 지원자 미달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사고 죽이기’ ‘자사고 고사(枯死)책’ 등의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자사고연합회는 정부 방침에 헌법 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학교 선택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는 헌법(31조) 위반이란 논리다. 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평등이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내년 6월 재출마 뜻을 밝히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사고 등의 신입생을 내년부터 100% 추첨제로 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선발방식까지 면접에서 추첨제로 바꾸면 자사고와 외고 등을 사실상 일반고로 전환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는 주장이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외고 폐지’를 주장해 왔지만, 정작 두 아들은 외고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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