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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원치 않는 선물을 ‘석탄 덩어리’라 부르는 이유

입력 | 2017-12-25 12:14:00

미국 가정의 벽난로 앞에 걸려 있는 ‘크리스마스 스타킹’


‘He gave us a lump of coal in our stockings.’(그는 우리 양말에 석탄덩어리를 집어넣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입니다. 백화점에 가보니 부모님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온 자녀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설이나 추석에 선물을 많이 주고받지만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최고로 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영어 표현을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부모와 함께 외출해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직접 고릅니다. ‘산타클로스가 어떤 선물을 줄까’하고 기대하며 양말을 걸어놓고 잠드는 아이들은 거의 없죠.

아직 미국에는 ‘크리스마스 양말’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데요.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이 침대 맡이나 벽난로에 걸어놓는 양말을 ‘Christmas stocking(크리스마스 스타킹)’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 가면 ‘Stocking Stuffers(스타킹 스터퍼즈)’라는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바쁜 부모들이 ‘원샷’에 선물을 살 수 있도록 스타킹 속을 채울만한 장난감, 게임기, 캔디 등을 따로 모아두는 곳이죠.

선물로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받는 아이들은 부모 말을 잘 듣는 착한 애들입니다. 부모 말을 안 듣고 말썽 피우는 애들은 좋은 선물을 기대하기 힘들죠. 영어로 부모 말을 잘 안 듣는 말썽 피우는 아이들을 가리켜 ‘naughty kids(너티 키즈)’라고 합니다.

‘너티 키즈’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요. ‘석탄 덩어리’(lump of coal·럼프 오브 코얼)를 받습니다. 너무하죠. ‘아예 선물을 주지 말지, 웬 석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부모가 정말로 석탄덩어리를 선물로 줄 리는 없습니다. ‘너는 너티 키즈였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로 원치 않는 선물을 주겠죠. 왜 하필 석탄에 비유하냐구요. 굴뚝을 타고 벽난로로 내려온 산타클로스가 ‘너티 키즈’에게는 줄 선물이 없으니 벽난로에 있던 다 타버린 석탄 한 덩이를 줬다는 전설에서 유래합니다.

우리도 그럴 때 적지 않죠. 선물을 받았는데 영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일 때요. 속으로 ‘차라리 돈으로 주지’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럴 때 ‘원치 않는 선물’을 영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lump of coal(석탄 덩어리)’이라 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때 이런 선물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때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니까요. 선물을 받는 사람의 취향이 별로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럴 때는 ‘He gave me a lump of coal in my stocking’이라고 하면 됩니다. ‘Stocking’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크리스마스 때를 의미하는 겁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세제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 1년 만에 최초의 입법 승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규모 세금 감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대기업들입니다. 중산층 이하 시민들에게는 한시적 감면이 적용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세금이 오르게 됩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이번 세제 개편을 비판합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겠죠. 즐거운 크리스마스 시즌에 최악의 선물을 받았으니까요. 이럴 때 많은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트럼프 대통령)가 내 크리스마스 스타킹에 석탄덩어리를 넣었다’고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