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렸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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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의 A심판은 최근 마음고생을 겪었다. 추석연휴기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심경 글 때문이었다. 당시 심판 배정표 유출 사건에 연루된 KOVO 심판 당사자, 책임자에 관한 징계가 실효성을 띠지 못했다는 지적이 담겼다. 이를 개인의 자유 의사표시로 봐야할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향한 ‘디스’라 봐야할지, 배구계의 의견이 엇갈렸다.
두 달이 더 흐른 시점에 이 일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A심판의 의견표출이 왜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라는 지점에서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 기자가 오해하지 않았다면 요지는 이랬다. ‘그렇게 일하지 않은 심판들까지 그 사건으로 상처받은 데 따른 분노였다. 사태가 그 지경이 되도록 어떤 내부의 자정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정황증거 아닌가.’
지금은 삭제된 A심판의 글은 거친 문구는 차치하더라도, 일종의 내부고발로 볼 소지도 있다. 이 사건의 진짜 몸통은 SNS 표현의 적합성 여부가 아니라 KOVO 심판 시스템의 폐쇄성에 있다. 일례로 KOVO 심판들은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 국제심판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대한배구협회(이하 협회)의 ‘추천’ 혹은 ‘동의’가 필수다. 한 배구인은 “협회 심판 인사권에 관한 실력자로 통하는 B씨의 영향력에서 심판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KOVO 심판들에 관한 평가도 어떤 과정과 결과로 이뤄지는지 알 길이 없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심판위원장의 평가 100%로 고과가 매겨졌다. 물론 국제심판 선정, 고과 모두 나름의 ‘객관적’ 기준은 있을 터다. 그러나 특정인 몇몇에게 권력이 쏠리면 그 객관성이 의심받는 것 역시 필연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파벌이 똬리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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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단, 배구인들은 심판에 관해선 ‘찍히면 죽을까봐’ 할말을 못하는 풍토다. ‘파벌은 없다’라고 선언하기 전에, 어떻게 갑(甲)으로 처신해왔는지, 심판들이 아프게 성찰해야할 현실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