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인 ‘칠레의 트럼프’ 피녜라, 경제회복 공약으로 4년만에 재집권 결선투표서 좌파여당연합 후보 눌러… 외신 “경기침체가 피녜라 승리 불러” 온두라스도 에르난데스 대통령 재선… 내년 브라질 멕시코등 대선 영향 전망
20여 년간 중남미에서 힘을 떨쳤던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정치 물결)가 약해지면서 내년에 대선을 치르는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파라과이 등에도 우파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피녜라는 이날 결선 투표에서 54.8%를 득표해 중도좌파 여당 연합 측 후보인 알레한드로 기예르 상원의원을 꺾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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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와 FT 등 외신들도 침체된 칠레 경제가 피녜라의 승리를 불러온 결정적인 이유라고 꼽았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최근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바첼레트 재임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쳐, 피녜라 집권 시기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바첼레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4∼90년 집권) 독재 정권 시대에 마련된 헌법을 개혁하려다 사회적 논란을 불렀고 가족 연루 부패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하지만 칠레 국민들의 피녜라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편은 아니다. NYT는 대선 기간 내내 칠레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둘 중 덜 나쁜 사람을 뽑는 선거’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학교수인 훌리오 세르비아트 씨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없었다”며 “최고가 아닌 덜 나쁜 사람에게 투표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칠레의 도널드 트럼프’란 별명답게 벌써부터 피녜라가 부유층과 기업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동성결혼같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기 때문에 향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칠레와 온두라스에서의 우파 집권이 중남미 나라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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