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발 묶는 행정규제
결제는 더 편리했다. 베트남 화폐인 동화(VND)는 숫자 단위가 커 익숙지 않았는데 우버는 미리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가 됐다. 지갑을 열고 닫는 수고가 필요 없었다. 우버는 전 세계 6개 대륙의 600개 이상 도시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장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베이징에서 이동할 때 주로 디디추싱 앱을 사용한다. 디디추싱엔 일반 차량은 물론이고 고급 차량, 저렴한 차량 등 3등급으로 나눠 택시를 선택하는 기능이 있다. 목적지가 같은 사람이 함께 탈 수 있는 카풀용 옵션도 있어 시간에 여유가 있거나 요금을 아끼고 싶을 땐 이 옵션을 사용한다. 요금 지불도 신용카드 외에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김 씨는 “예약 기능도 있어 공항에 갈 때면 비행기 시간에 맞춰 미리 예약해 둔다”며 “카카오택시와 비교해도 편리한 기능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택시업계, 정부, 스타트업은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규제 개선 정책토론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기한 연기됐다. 배달의민족 등 120여 개 스타트업을 회원으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서를 내고 “서울시의 고발은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에 반하는 과도한 행정 행위이자 행정 당국에 의한 ‘그림자 규제’”라고 반발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변혁의 세상에서는 ‘승자 독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시작해 시장을 선점한 1위 사업자가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은 최근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산업 중 하나다.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이고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일본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내년 봄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디디추싱은 일본 진출을 위해 일본 최대 택시회사인 다이이치(第一)교통산업과 손잡고 도쿄에서 500대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2015년 디디추싱에 56억 달러(약 6조1000억 원)를 투자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의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에 30억 달러(약 3조2700억 원), 최근 우버에 100억 달러(약 10조9000억 원)를 투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차량공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곳으로 우버의 시장가치는 현재 70조∼80조 원으로 평가받고 중국 디디추싱도 40조 원 정도”라며 “동남아시아에서도 그랩 같은 차량공유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는데 한국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런 업체가 못 나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창업자 116명을 대상으로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이들 중 43.1%가 규제 완화를 들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