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산업부 차장
전략 수립 1단계. 원인 분석. 극성수기 늦은 밤, 택시들이 변두리 가기를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빈 차로 나오기 싫다는 것.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가며 오며 손님을 태우면 매출이 두 배다. 이를 마다하고 굳이 변두리 손님을 태워 빈 차로 나오길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하루 사납금 채우고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기긴 쉽지 않다.
2단계. 패턴 발견. 오며 가며 승객을 태우고 싶다는 ‘택시의 욕망’은 이동 목적지를 항상 도시 중심부로 향하려는 패턴을 낳는다(그 외에 장거리 선호파도 있다). 이를테면 종로에서 여의도, 여의도에서 강남 가는 것이 종로에서 불광동, 불광동에서 쌍문동 가는 것보다 손님을 태울 확률이 높다. 내가 택시 잡기 어려운 이유는 (택시 기사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중심부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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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이 통한 이유는 택시 기사의 이기심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피크타임 거래(탑승)는 택시 기사의 기대 수익을 내 욕구의 값이 충족시키는 지점에서 이뤄진다. 주변부에 사는 내 욕구의 값은 중심부에 사는 경쟁자의 절반에 그친다. 아쉽지만 공급 혁신 없이는 택시 잡기 어려울 수밖에.
선의(善意)만 기대하는 대책은 탁상공론이다. 카카오 택시는 어느새 스마트 택시가 아니라 ‘스마트 승차 거부 택시’가 돼 버렸는데, 서울시가 그걸 막자고 승객 목적지를 가린 공공 택시 앱 ‘지브로’를 만든다고 한다. 손님을 차별하지 않는 ‘착한 앱’을 쓰는 대가로 1000∼2000원을 더 준다는 아이디어다. 그 정도 인센티브로 시장을 바꾸긴 어렵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했다. 선의의 헛대책이 난무하는 사이 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동차 공유, 카풀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가의 혁신은 낡은 규제 앞에 사그라지고 있다.
혁신성장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공급 측면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라고 정의한다. 혁신성장을 놓친 대가는 택시 잡기 힘들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혁신의 목표는 소유 시간의 96%를 주차장에서 낭비하는 자동차의 비효율과 1년에 70억 시간을 교통정체로 낭비하는 운전자의 비효율을 없애 도시의 이동성(mobility)을 완전히 다시 정의하자는 것(미국 우버)이다. 택시 생태계를 죽이자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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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산업부 차장 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