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민병헌-김현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17년을 앞두고 종료된 FA 시장은 국내프로야구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원년 이래 처음으로 FA 금액 100억 원이 넘는 선수들이 나온 것이다. 최형우가 KIA와 4년 100억 원에 도장을 찍었고,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와 4년 150억 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100억이라는 숫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역대 FA 중 야구팬들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계약은 2004년 심정수가 삼성과 맺은 4년 60억 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순위권에서도 밀려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웬만한 A급 자원들의 FA 금액이 80억 원 대를 웃돌고 있다.
‘거품’이라는 단어는 최근 FA 시장에서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야구팬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선수들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프런트에서도 “거품이 빠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구단들은 과열되는 시장을 막고, 합리적인 FA금액을 도출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을 찾는 중이다. 선수보다 에이전트와의 대화가 더 많아지는 현 상황에서 구단이 선택한 방법은 장기전이다. A 구단 관계자는 “외부 FA 영입에 나설 구단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줄어든다. 어느 구단이든 서두를 이유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 성급하게 ‘돈을 지르는 구단’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을 내다봤다.
가장 뜨거운 FA 대상자였던 외야 ‘빅3(손아섭, 민병헌, 김현수)’는 아직 누구도 도장을 찍지 않았다. 당초 100억 원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이제는 현실성이 많이 떨어졌다. 대어급으로 뽑혔던 황재균과 강민호가 80억 원대에 계약을 맺으면서 FA 시장에 기준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를 훌쩍 뛰어넘는 100억 원 규모의 계약은 구단이나 선수나 섣불리 발표하기 어렵다. 구단들은 이를 활용해 이미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B 구단 관계자는 “특정 선수의 가격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다가가는 시점을 계산하는 중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