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은 2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내년 추가 도발계획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태 위원은 “김정은은 7차 핵실험과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을 증명할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위해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제안이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 카드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내다 지난해 7월 망명해온 태 위원은 근간의 북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 북한의 행태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얼마 전 한 달 넘게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북한 주민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가 극소수일뿐더러 대부분 재정 위기에 몰려있다는 사실”이라며 해외에서 오히려 이런 노력이 활발한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이었던 사람으로서 한국민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달라는 안타까운 당부였다.
그가 방미 중 북한 체제를 허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제시한 ‘소프트파워’는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한국의 걸그룹 노래를 좋아하더라”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전언에서 그 필요성이 확인됐다. 그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귀순 병사의 발언은 실효성이 있다는 데 힘을 실어준다. 더 많은 남쪽의 소식을 북한 내부로 유입시켜 체제 변화의 여망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북한 인권법과 미국의 북한 인권법도 그런 취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