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그러나 역사 속 인물을 그리는 추모가 부가가치를 낳기 위해서는 옛날이야기에 그쳐서는 부족하다. 현재와 미래에 도움이 되는 추모가 될 때 현재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수년 전부터 탄생 100돌 기념행사를 추진해 왔으나 넓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때와는 시대와 사회 상황이 근본부터 변하고 국민의식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릿고개나 새마을운동, 독일 광부와 간호사, 산업화 주역 같은 1960, 70년대 이야기에 맴돈다.
이런 판단과 평가는 산업화의 뜻을 매우 좁게 보는 데서 비롯된다. 산업화는 박 대통령에게 독점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가 추진한 산업화 정책은 지금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처럼 산업화는 계속 진행되며 나아가는 것이지 특정시대 특정인에 의해 완성되는 게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이전까지 5000년 우리나라 역사를 ‘가난의 역사’로 단정하는 것도 지나치고 위험한 발상이다. 단군 이후 우리 역사는 강인함으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빛나는 문화적 결실을 쌓은 시기도 많았다. 새마을운동도 박 대통령이 창시한 게 아니라 당시 일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보면서 정책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시대에 박 대통령이 추진한 당시 산업화만을 강조하는 데 그친다면 국민 다수의 가슴에 스며드는 감동과 비전을 주기 어렵다. 네트워크와 소통, 협치가 중요한 시대에 ‘민족의 영도자’ 식의 리더십도 와 닿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과거를 단순하게 조명하는 수준을 넘어 그의 삶이 지금과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하나라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좁은 고향을 넘어 나라 전체의 공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