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은 미국만의 숙제가 아니다. 한국의 다문화 자녀들은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업 취업 결혼 같은 삶의 고비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혼혈 아동에게는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려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델 한현민 군(16)은 이런 차별을 극복하고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공개한 ‘2017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명’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선정됐다.
▷한 군은 국내 유일의 흑인혼혈 모델. 지난달 서울패션위크에서 20여 개 쇼에 서는 등 데뷔 1년 반 만에 톱모델급으로 도약했다. 그는 타임과 인터뷰에서 유치원 시절 일화를 들려줬다. 다른 엄마들이 그를 가리키며 “저 애랑은 놀지 마. 쟤랑 놀면 너도 까매질 거야”라고 했단다. 하지만 이태원 토박이인 한 군은 기죽지 않았다. “너는 특별하다”는 엄마의 격려 덕이었다. 소외와 따돌림에 시달리는 다문화 자녀와 더불어 ‘그림자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그림자 아이는 불법체류 신분인 미등록 외국인의 자녀를 뜻한다. 어른들 잘못 탓에 ‘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애꿎은 아이들을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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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