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터널 인근서 폭발 사고…운전자 등 3명 사망-5명 부상
경남 창원시 창원터널 근처 도로가 마치 시가전이라도 벌어진 듯 처참하게 변했다. 2일 윤활유를 잔뜩 실은 화물차가 이곳에서 중앙분리대와 충돌해 폭발하면서 불붙은 기름통이 다른 차량을 덮쳤다. 기름통이 마치 포탄처럼 도로 곳곳에서 폭발하면서 화물차를 비롯해 차량 10대가 불에 타고 3명이 숨졌다. 경남신문 제공
○ 날벼락 같은 사고에 3명 사망
현장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차량은 뼈대만 남았고 크고 작은 기름통이 찌그러지고 찢어진 상태로 곳곳에 굴러다녔다. 반대편 도로에서 1t 화물차를 몰고 창원터널로 향하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심정순 씨(44·여)는 “차가 밀려 서행하던 중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땅에서도 불길이 솟았다”며 “급하게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의 남편과 함께 차에서 내려 되돌아 뛰었다”고 말했다.
○ 사고 전부터 ‘갈지자’ 운전
창원터널은 해발 801m의 불모산 중턱에 있다. 1993년 왕복 2차로로 1차 개통 후 1997년 왕복 4차로로 확장됐다. 터널을 중심으로 양쪽 연결도로가 길고 차량 통행도 많아 평소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주변에 창원국가산업단지 등이 있어 화물차 통행량이 많다. 김해와 창원을 잇는 유일한 무료 도로라 상습 정체구간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화물차가 사고 한참 전부터 비정상적으로 운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창원터널 내부 폐쇄회로(CC)TV에는 2차로를 달리던 사고 차량이 좌우로 비틀거리며 달리는 모습이 찍혔다. 얼핏 졸음운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장면이다.
화물차에 실려 있던 기름통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화물이 제대로 묶이지 않은 채 과속으로 달릴 경우 자칫 차량이 운전자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 이처럼 대형 차량으로 유독성 화학물질을 운반할 경우 사고 때 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올 3월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에 따라 인화성이 큰 유해화학물질이나 고압가스 등을 운송하는 차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운송 차량 소유자는 모니터링을 위한 단말기를 장착하고 운송계획 정보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단말기를 장착하지 않았을 때는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운행정지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어 당분간 정부의 관리 공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은 사고가 난 화물차가 위험물운반차량으로 등록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창원=강정훈 manman@donga.com·김동혁 /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