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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제안하는 수업… 민주주의 참뜻 배워요

입력 | 2017-11-02 03:00:00


인천신현고 2학년 학생들이 ‘법과 정치’ 수업 시간에 정책 제안을 위해 조별 토론을 하고 있다. 인천신현고 제공

최지우 인천신현고 2학년

보통 ‘법과 정치’ 과목의 수업시간엔 정치 현상을 배우고 판례를 공부한다. 다소 지루하고 따분한 수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천신현고의 법과 정치 수업은 다르다. 선생님이 헌법을 기계적으로 설명하거나 법 조항이 칠판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학생들이 정치와 법의 효능에 대해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선생님은 방향을 잡아주는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정책 제안’이다. 학생들이 지역사회와 학교 차원의 정책을 직접 기획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직접 기획한 정책이 실제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만들어 관련 기관에 건의한다.

내가 속한 조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건의할 정책 주제로 ‘인천 지하철 2호선’을 잡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등하교 때 2호선을 많이 이용한다. 여름에는 불쾌한 냄새가 나 불편함을 겪고 있다. 우리 조원들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방향제나 공기청정기 설치 등 여러 방안을 구상했다. 우리는 인천교통공사 고객의견 페이지에 지하철 내 악취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우리가 구상한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공사로부터 ‘전동차 내 냄새가 나지 않도록 청소 및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교에서 시행할 수 있는 정책도 제안했다. 우리 학교의 학생증은 교통카드 기능이 없어 학생들이 학생증과 교통카드를 모두 들고 다녀야 한다. 불편하고 분실 위험이 크다.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증 개선에 찬성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을 확인한 뒤 학생부와 대의원회에 교통카드 기능을 갖춘 학생증 도입을 건의했다.

자기주도적 수업 방식이 특징인 이 수업에서는 ‘뉴스 브리핑’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한 주간의 주요 뉴스 네 꼭지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판례 하나를 선정해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발표자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점과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한다. 또 독서 활동을 하고 같은 책을 읽는 학생들과 토론을 벌인다.

법과 정치 수업을 통해 뉴스를 분석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추상적 개념이 아닌 우리 생활 깊숙이 박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지만 나의 참여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민주주의의 참뜻을 배웠다. 민주주의가 잘 운영되려면 사회 구성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법과 정치 과목의 참여수업이 나를 변화시켰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이 수업이야말로 진정한 법과 정치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최지우 인천신현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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