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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조현일]귀촌을 응원해주는 사람들

입력 | 2017-10-27 03:00:00


조현일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할 때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성공과 행복의 잣대가 일에 대한 성취감과 그에 따른 경제력이라고 생각하던 시절, 나에게는 친구와 가족들의 경조사조차도 챙길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 귀촌을 결심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그동안 사회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왔던 친구와 가족들과 가까이에서 함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시간과 마음은 여유로워졌지만 제주와 육지라는 거리와 항공권 비용 등 경제적 요인이 새로운 핑곗거리로 변한 것뿐이었다. 제주에 보금자리를 잡고 2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집을 완성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 부모님과 형님 내외분이 온다. 오랜 시간 시골에서 생활하신 부모님도 나의 제주행에 대해서 처음엔 반대를 많이 하셨다. “아직 젊은 녀석이 시골 생활은…. 일이 잘 안 풀리는 거야?”


도시 생활만 하던 막내아들의 시골 생활이 걱정이셨던 부모님도 이제는 때맞춰 채소 씨앗이며 농기구 등을 보내주시며 멘토링을 해주신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 명절에 형에게 “이제는 시간이 나니, 가족행사에 잘 참석하도록 할게”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오고 집을 짓느라 바빠 잘 챙기지 못했는데도 항상 집안일을 나와 상의해주며 잘 이끌어 나가는 형은 나의 귀촌 생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내가 제주 생활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나갈 수 있는 건 연로하신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며 자질구레한 집안일까지 잘 챙기는 형님 내외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형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형도 형수와 오붓하게 가끔은 집안 행사에 신경 쓰지 않고 보내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장남이라는 그 책임감의 무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끔 제주로 이주해온 사람들과 가족 만남을 하면 남편이나 아내가 제주를 좋아해 무작정 짐 싸들고 왔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사실 제주는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완벽한 시골이다. 서울 생활을 하던 젊은 부부가 생활하고 적응하기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지역일 텐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진 제주 이주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

나 또한 제주행을 먼저 내가 결심하고 아내에게 통보하듯 던졌지만, 잘 따라와 주고 힘든 시간을 적응해 나가는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다. 가끔 대형마트를 가면 “역시 도시가 좋아”라며 이것저것 구경하지만, 아내는 이제 집 안에 들어온 지네를 휴지로 간단히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여자에서 시골 여자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이런 아내의 응원이 나의 제주 생활에 큰 버팀목이 된다.

집을 완성하고, 나를 응원해준 친구들과 가족들의 방문이 잦아진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도 그들에게 서울 생활과는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조현일
 
※필자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