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최재은 프로젝트에 세계 예술가 아이디어 속속 보태
2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대지를 꿈꾸며’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이 웃고 있다. 뒤쪽 화면에는 이들이 구상한 DMZ 프로젝트 맵이 띄워져 있다. 왼쪽부터 앨런 와이즈먼 전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 설치미술가 최재은, 건축가 조민석.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앨런 와이즈먼 전 미국 애리조나대 국제저널리즘 교수가 저서 ‘인간 없는 세상’에서 한국 DMZ에 대해 썼던 대목이다. 이렇게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DMZ가 역설적으로 생태계 보존지역이 됐다는 것에 착안해 갈등과 분단을 생명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2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소개된 ‘대지를 꿈꾸며’다.
설치미술가 최재은이 2014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DMZ에 남북을 연결하는 20km 길이의 공중 정원과 가교를 짓자는 게 요지다. 이 꿈처럼 들리는 얘기에 공감하여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보태고 있다.
‘대지를 꿈꾸며’는 강원 철원군 DMZ 안 평강고원을 장소로 택했다. 고구려의 정통성을 잇기 위해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도성이 있던 곳이자 미래엔 서울 용산과 북한 원산을 잇는 경원선이 통과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각 예술가가 디자인한 정자와 탑을 곳곳에 세우고, 생명의 평화적 영속을 위한 종자은행과 지식은행을 두겠다는 것이다.
최재은이 구상한 DMZ 내 나무 탑인 ‘순환하는 나무’ 이미지. 국제갤러리 제공
건축가 조민석과 뇌 과학자 정재승이 협업한 DMZ 내 ‘종자은행과 지식은행’도 흥미롭다. 노르웨이 등이 지하에 지식저장소를 짓고 있는 요즘, 우리는 기존에 있는 철원 제2땅굴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정보와 지식을 아날로그 형태로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저장해야 안전하다”며 “우리의 소중한 지적 자산을 DMZ 안에 담겠다는 구상은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강렬한 염원”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 없이 오로지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 작가는 “언젠가는 찾아올 통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2015년 통일부에 이 기획을 제안했지만 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