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를 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두산-KIA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아 ‘깜짝 시구’를 했다.
당초 하루 전만 해도 시구자는 해태 감독으로 타이거즈의 9차례 KS 우승을 이끈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으로 발표됐지만, 문 대통령은 철저한 보안 속에 등장해 관중들의 폭발적 환호를 받으며 시구를 했다. 김 회장은 마운드 곁에서 문 대통령의 시구를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파란색 야구국가대표팀 점퍼를 입고 마운드에 올랐고, 활짝 웃으며 공을 던졌다.
문 대통령의 시구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문 대통령은 야구 명문인 경남고 출신으로, 고(故) 최동원이 1988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할 때 법률 자문을 맡는 등 야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르다. 얼마 전 ‘국민타자’ 이승엽의 은퇴 때는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국민들이 좋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이승엽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 광주에선 추억의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 부산에선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지역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대선 당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문재인 캠프는 ‘투표 참여 리그 2017’라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당시 문 후보는 투표 인증 1위팀 연고지에 가서 시구를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이벤트 1위팀은 광주를 연고로 한 KIA 였다.
특히 광주에서 열린 KS 1차전 시구를 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반문 정서’ 탓에 고전했던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은 올 5월 대선에서 다시 광주와 호남지역 민심을 얻는 데 성공했고, 이는 문 대통령 집권의 큰 동력이 됐다. 문 대통령이 광주를 찾아 야구팬들 앞에서 시구를 한 것은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KS 시구는 고 김영삼,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