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25세 여성 당원은 “조국이 계속해서 강성해지고 있고 우리 젊은이들의 발전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 기자가 ‘여러분에게 가장 큰 행운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39세 여성 당원은 “매일 평화로운 태양 아래 목욕하는 행복한 생활과 국가의 발전 덕분에 우리가 존중받게 된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34세 남성 당원은 “강대한 조국이 우리에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자신감을 주었다. 해외에서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생활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애국심을 존중하면서도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당의 선전물을 떠올리게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외신 기자가 ‘당 기층 간부로서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지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고 묻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한 당원은 대답을 피한 채 “시 총서기가 인민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느낀다”며 지난 5년간 당이 어떤 위대한 성공을 이뤘는지 말을 이어갔다.
당원의 얘기를 전하며 생각을 물었다. 그들은 “젊은 당원들과 생각이 다르다”며 고개를 저었다. A 씨는 “중국이 발전한 것은 확실하지만 그들의 말은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알맹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B 씨는 “당과 국가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라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저런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C 씨는 “당 기층 대표들처럼 눈앞의 것만 보면 안 된다. 그들은 지나치게 아름답게만 본다. 하지만 중국의 지역 발전은 불균형하고 환경오염은 여전히 심각하다. 자신을 성찰하며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대국의 품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중국 젊은이지만 국가의 현실을 대하는 생각에 큰 차이가 있어 놀랐다.
9일 행사에는 당 대회 참가 대표자로서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200여 명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얻은 35세 당원도 있었다. 중국 공산당원은 8875만8000명이다. 13억 인구 중 약 6.8%다. 그중 2280명 안에 든 것이니 0.00017%에 해당한다.
한 기자가 ‘어떻게 투표의 책임을 다할 것이고, 중앙위원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느냐’고 묻자 35세 당 대표자는 “당 대표자가 된 것이 황공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당 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겠지만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정치국 위원 25명, 그중 1명의 국가주석을 뽑을 권리는 없다. 단 한 번도 최고지도자를 스스로 뽑은 적 없는 박탈감이 중국의 평범한 젊은이들과 공산당 사이에 거리가 생기게 한 건 아닐까.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