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이미륵(본명 이의경)은 1920년 독일에 도착해 독일 잡지에 ‘하늘의 천사’(1931년)를 발표한 이후 여러 작품을 독일어로 발표했다. 대표작 ‘압록강은 흐른다’(1946년)는 큰 주목을 받으며 일부가 독일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강용흘은 1919년 미국으로 가서 자전적 영문 장편소설 ‘초당’(1931년)을 발표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김은국은 1954년 미국으로 건너가 영문 소설 ‘순교자’(1964년)로 큰 명성을 얻었다.
폴란드 출신 영국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선원 생활을 하다 1878년 영국에 정착하고 1894년 37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세가 넘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국에 도착할 당시 그가 아는 영어 단어는 10개를 넘지 않았다. 중국 출신 미국 작가 하진도 20세 무렵부터 직장에 다니며 영어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30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영문학 학위를 받고 영문 소설로 전미도서상, 펜포크너상 등을 수상했으며 보스턴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가에게는 언어의 국적이나 정체성 못지않게 언어 그 자체가 중요하다. 라히리가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 말에만 속했다. 난 나라도, 확실한 문화도 없다. 난 글을 쓰지 않으면, 말로 일하지 않으면 이 땅에 존재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