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처한 ‘신태용호’가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에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스위스 베른 주 빌/비엔의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그대로 노출하며 1-3으로 완패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중도 퇴임 이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두고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 감독은 4경기를 치르면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한국은 최종예선 9차전 이란,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잇달아 0-0으로 비겼고, 7일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는 2-4로 졌다.
모로코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6위로 한국(51위)보다는 낮지만 러시아(64위)보다 높다.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 C조 1위(2승 3무)에 올라 있어 본선 직행이 유력한 팀이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9골을 넣고 한 골도 안 내줬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갖춘 모로코지만 이날 경기에는 이틀 전 가봉과의 아프리카 최종예선 5차전에 선발 출전했던 선수들을 모두 제외한 ‘2군’을 출전시켰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던 선수도 2명에 불과했다.
모로코는 ‘2군’답지 않게 경기를 압도했다. 우사마 탄난이 전반 7분에 선제골을 넣었고 3분 뒤 추가골을 넣어 2-0으로 달아났다. 한국 수비가 제대로 간격을 유지하지 못한 탓이 컸다. 두 번째 실점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송주훈(알비렉스 니가타)이 어설프게 공을 걷어낸 게 빌미가 됐다. 당황한 신태용 감독은 전반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남태희(알두하힐 SC),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김기희(상하이 선화)를 빼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디종), 정우영(충칭 리판) 등 러시아전에 선발로 나섰던 3명을 교체 투입했다. 효과는 별로 없었다. 후반 1분 이스마일 하다드가 다시 골을 넣어 3-0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 19분 구자철이 얻은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골로 연결해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손흥민은 A매치 9경기 만에 득점을 기록했다.
10월 평가전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보여준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11월 A매치 기간(6~14일)에 국내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더 치를 예정이다. 아직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유럽과 남미 팀이 유력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