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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여중생 콕 집어 부르라했고… 딸은 수면제 건넸다

입력 | 2017-10-11 03:00:00

李씨, 딸 친구 목졸라 살해 시인… “딸에게 미안하다”며 유족엔 사죄 안해




“제가 죽였습니다. 딸에게 미안합니다.”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가 여중생 딸의 친구인 김모 양(14)을 살해했다고 10일 자백했다. 경찰에 붙잡힌 지 5일 만이다. 이날 이 씨는 경찰의 3차 조사를 받으며 범행을 시인했다. 이 씨는 자백 내내 흐느끼며 여러 번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해 동기를 말하진 않았다. 숨진 김 양과 유족에게도 사죄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 양이 목 졸려 살해된 사실을 이 씨가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 씨의 딸 이모 양(14)이 알려진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양은 김 양을 집으로 유인한 뒤 직접 수면제를 먹였다. 경찰은 “오래전부터 같은 병을 앓으며 아버지에게 크게 의지한 이 양이 이날도 시키는 대로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체유기 공범으로 이 양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이 씨는 김 양을 특정해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딸에게 “친하게 지내던 김 양에게 전화해 보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김 양이 초등학교 시절 이 양의 옛날 집에 몇 번 놀러온 적이 있다”며 “이 씨는 과거 김 양이 자신의 아내와도 가까웠던 사이라 쉽게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양을 부르기 전에 이 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정황도 포착됐다. 본보 취재 결과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이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동창과 중학교 같은 반 친구 등 수십 명에게 ‘만나서 놀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친구들은 평소 연락이 없었던 이 양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대부분 회신하지 않았다.

이후 이 양은 김 양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영화를 보며 놀자”고 제안했다. 이 양은 다음 날 낮 12시 17분 김 양을 집에 데려갔다. 이 양은 집에 온 김 양에게 드링크 음료를 건넸다. 이 양은 음료에 수면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씨 지시에 따라 김 양에게 음료를 전했다. 오후 3시 40분 이 씨가 “나가서 놀다 오라”고 말하자 이 양은 혼자 외출한 뒤 다른 친구 2명과 분식집 등을 갔다. 이때 누군가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이 양은 오후 8시 14분 데리러 온 이 씨와 함께 귀가했다. 집에 온 직후 이 씨는 “내가 김 양을 죽였다”고 딸에게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양은 경찰 조사에서 “김 양이 죽어 있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1시경 김 양의 어머니가 실종신고 후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묻자 “모른다. 저 위쪽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씨 부녀는 이튿날 김 양의 시신이 든 여행가방을 BMW 차량에 싣고 강원 영월군으로 향했다.

이 양이 다녔던 학교 관계자는 “이 양이 지난달 6일 어머니의 자살 사건을 겪은 뒤에도 학교에서 너무 담담히 지내 교사들이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 양은 지난달 27∼29일 진행된 중간고사 때 첫날만 시험을 치르고, 이후 “감기에 걸렸다”며 결석했다. 이 양은 시험까지 거르며 김 양을 전화로 유인한 것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 김 양의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성폭행 정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씨가 흔적을 없앴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씨가 지난해 11월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에는 10대 여성에 대한 성적 관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씨는 여성 신체를 빗댄 표현을 담아 “함께 지낼 동생을 구한다”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나이 14세부터 20세 아래까지 개인룸과 샤워실을 제공한다”며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식대와 생활비를 주고, 부분 모델을 겸한 연수를 해주겠다”고 꼬드기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10대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계정 60여 개를 팔로잉하며 수시로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가 개인적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