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상]문학상 이시구로의 삶과 작품세계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한 이시구로는 영국 켄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스트앵글리아대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하자마자 주목받기 시작했고, 세 번째 소설 ‘남아있는 나날’이 1989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 격조 있게 삶과 문명 성찰
유명 피아니스트를 통해 사랑, 가족, 부모, 우정의 가치를 섬세하게 조명한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된 클론들의 슬픈 운명을 그린 ‘나를 보내지 마’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쟁의 상처를 그린 ‘창백한…’과 인간의 헛된 욕망을 비춘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 싱어송라이터가 되기를 꿈꿨던 이시구로가 음악적 내공을 발휘한 ‘녹턴: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는 운명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평범한 이들을 통해 삶의 본질을 노래한다. 그의 장편소설 8권은 모두 국내 출간됐다. 1995년 대영제국 훈장(OBE), 1998년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공로 훈장을 받았다.
○ “고전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
이시구로가 묵직한 주제 의식은 유지하면서도 순수 소설뿐만 아니라 복제 인간을 다룬 공상과학소설(‘나를…’), 도깨비와 기사가 나오는 판타지 소설(‘파묻힌 거인’) 등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한림원이 노벨 문학상의 외연을 확장하려 애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작가 특유의 문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작가답게 이시구로의 문장은 노래 가사나 시처럼 리듬감 있고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어 긴 여운을 남긴다”고 말했다. 정통 문학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독자적인 화법으로 새로움을 풀어낸 이시구로는 문학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만 문학을 담는 그릇은 바뀔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