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망토’ 메타물질 연구 진전
미국 공군이 운영하는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 F-22등의 최신 스텔스기도 일부분에만 메타물질이 적용돼 적 레이더 전파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주변으로 반사, 간혹 적에게 포착될 우려도 있다. 메타물질 기술이 더 발전하면 전파를 그대로 흡수하거나 뒤쪽으로 타고 넘어가게 할 수 있어 레이더에 걸릴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 동아일보DB
최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미군의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와 다목적 스텔스 전투폭격기 F-35B가 수시로 날아와 힘을 과시하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가 레이더에 나타나지 않는 건 전파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의 스텔스 기술은 이보다 한층 더 진보할 것으로 보인다. 전파는 물론이고 소리나 빛까지 속일 수 있는 메타물질, 일명 투명망토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메타물질을 적용하기 가장 유리한 것은 음파제어 분야다. 파장을 흡수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면 물질의 구조가 파장의 절반 정도로 작아야 하는데, 소리의 파장은 짧은 것이 수 cm다. 적외선(수 μm·마이크로미터)이나 빛(수 nm·나노미터)에 비해 월등히 길어 현재의 정밀가공 기술로 비교적 손쉽게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첨단 메타물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삼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팀은 메타물질을 이용한 스텔스 잠수함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수중전에선 적 잠수함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리로 위치를 확인하는데, 메타물질을 이용하면 탐지장치(소나)에 발각되지 않는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2015년 이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현재 실용화 연구를 하고 있다.
메타물질 기술로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있다. 김현실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팀은 ‘음향 메타물질을 이용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2013년부터 연구 중이다. 천장에 시공해 층간소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50∼80Hz의 저주파를 흡수하는 기술이다. 신축 건물은 물론이고 이미 지어진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창문, 벽 등으로 소리가 넘어오는 경우가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형희 연세대 교수 팀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용 메타물질. 왼쪽은 적외선용, 오른쪽은 레이더 전파용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면 적의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장치를 모두 피할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최근엔 궁극의 메타물질 기술인 빛 제어 분야에서도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최원식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의료 분야 세포검사 화면을 한층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메타물질은 파장을 제어해 신호를 약하게 만드는 기술인데, 파장을 제어하는 물질의 구조를 반대로 만들어 도리어 신호를 강하게 만든 것이다.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장(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메타물질은 군사용 스텔스 장비는 물론이고 의료,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국가 원천기술”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