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본보가 18일자 A1·3면에 상세하게 보도한 논쟁에서 자 원장은 “중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인정하고 한미와의 소통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 부회장이 “중국의 북핵 외교 핵심 원칙의 마지노선을 뒤집은 허튼소리”라고 공격하자 자 원장이 “당신은 북한을 무조건 비호하는 입장이냐”고 반박했다. 논쟁이 다른 학자들로 확산되는 가운데 왕 부비서장이 “자칭궈 견해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글이 사라진 뒤 ‘내용이 규정을 위반해 삭제됐다’는 안내문만 남았지만 입수해 읽어봤다. 글은 주 부회장을 “전형적인 문화대혁명 잔당의 언어로 (자 원장에게) 악독하게 죄를 덮어씌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회장은 자 원장의 견해에 대해 미국의 앞잡이가 돼 중국 국익을 훼손했다고 몰아세웠다. 왕 부비서장은 “걸핏하면 공격하고 죽인다 한다. 걸핏하면 매국노, 조국을 팔아먹은 자로 몰아세운다”며 공공토론의 공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사악한 세력이 성행할 때 많은 사람들은 침묵을 택한다. 하지만 학계의 양심과 이성 있는 이들이 일어서서 이런 욕설 가득한 문화혁명의 유습에 대해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인 그의 글은 일체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시진핑 시대의 경직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였다.
주류가 불편해한다는 건 뭔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자매지 환추시보까지 자칭궈-주즈화 논쟁 관련 평론을 냈다. 환추시보는 “북핵 문제에서 이런 이견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최근 논쟁이 더 첨예하게 맞서는 원인은 (북핵) 문제 자체가 중대 국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북-미 간 극한 대립이 중국 내부에서 다른 관점들 사이의 논쟁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두 사람의 공개 논쟁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사회의 잠재된 각종 관점들이 터져 나오는 빙산의 일각이다.”
26일 저녁 베이징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베이징에 본부를 둔 연구·전략자문 기관 차이나폴리시의 데이비드 켈리 연구부장을 만났다. 그는 “중국이 정치·국제 정책에서 의견 일치가 안 되고 있다.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강한 주장이 매우 많아졌다”며 “환추시보의 평론은 지금 논쟁이 ‘진짜’라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