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회사 권위자 김인걸 명예교수 ‘공론정치’ 다룬 책 출간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선후기 공론정치의 새로운 전개’(서울대 출판문화원)를 최근 낸 김인걸 서울대 명예교수(65·사진)를 13일 만났다. 김 교수는 향촌사회 연구 등에서 업적을 낸 조선 사회사의 권위자다. 책은 18, 19세기 향회(鄕會)와 민회를 중심으로 공론정치의 전개를 살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규정한다. 그럼 임시정부의 민주주의는 어디서 왔을까. 근대 전환기 위정척사파나 외세에 기댔던 개화파에서 연원을 찾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위로부터의 관념적 근대 지향이 아니라 향회, 민회, 동학농민운동 등 아래로부터의 역사적 경험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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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1834년 경상도 선산부의 향회에서는 면장 격인 ‘풍헌(風憲)’을 해당 면의 백성들이 투표해 뽑도록 정했다. 1893년 교주 최제우의 신원을 위해 모인 동학도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일컬어 ‘각국에 있는 민회와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그간 근대 전환기에 민중으로 성장하는 이들을 평가하는 데 너무 인색했습니다. 서구적 근대라는 결과를 중심에 놓지 말고 우리는 어떤 근대를 만들어 왔는가를 역사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한신대에 이어 1986년부터 일한 서울대에서 최근 정년퇴임한 그는 전통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연구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하는 책 ‘나의 자료 보기, 나의 역사 쓰기’(가제)는 11월경 발간할 예정이다.
“옛날에는 내가 가르친 것보다 더 훌륭하게 시험 답안을 쓰는 학생이 적지 않아 참 고마웠지요. 요즘은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다’ 싶은 학생도 여러 이유로 공부를 포기하고 사회로 일을 찾아 나가는 걸 자주 봅니다. 대학원 장학금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탓이 큽니다. 역사가 인간 정체성의 기본이 된다는 걸 우리 사회가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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