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지진으로 인한 누출 가능성… 해상-공중에서 시료 채취에 총력 지반 붕괴 원인 놓고 의견 엇갈려… 방사성 물질 유출여부 단정 어려워
공중 촬영한 미국 네바다주의 한 핵실험 장소. 지하 핵실험의 영향으로 분화구처럼 깊게 파인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실험을 진행할 경우 지표면에 흔적이 거의 남지 않고 방사성 기체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미국 국가핵보안국 제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진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최근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혹시라도 대기 중으로 퍼져 나갔을지 모를 방사성 동위원소 제논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동해 인근에서 공기를 밀봉해 대전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가져와 분석한다. 7일 3차 분석까지 시행했지만 아직 찾지 못해 앞으로 일주일 정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극미량이라도 이 물질이 들어 있다면 비율을 분석해 북한이 실험한 핵무기의 유형을 밝힐 수 있다. 이들 핵종은 자연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핵폭발을 통해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핵실험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을 찾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힘들다. 지하 핵실험의 경우 주변 암석이 고열에 녹았다 굳으며 내부의 틈을 코팅하듯 메워 밀폐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공기 시료 채취에 나섰지만 채집에 제대로 성공한 것은 2006년 1차 핵실험 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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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3일 핵실험이 진행된 후, 8분 30여 초 뒤 작지 않은 크기의 추가 지진이 감지됐다. 기상청도 4일 뒤늦게 2차 지진이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2차 지진의 존재는 명백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린다. USGS가 추정한 원인은 지반 붕괴다. 핵폭발로 상부의 지반(얕은 산등)이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으면서 땅이 흔들려 새로운 지진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역시 비슷한 견해를 냈다. 2차 지진을 ‘함몰지진’으로 정의했다. 이덕기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인공지진이 발생할 때만 관측되는 공중음파를 확인했고, 단층 움직임 등 자연 지진 여부를 확인하는 추가 분석을 시행해 이 지진이 지반 함몰에 의한 인공적 지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나온다. 지반 붕괴가 있을 수는 있지만 2차 지진은 어디까지나 핵폭발이 주변 지반을 흔들어 지반에 응축돼 있던 힘이 풀리면서 생긴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산허리에 수평으로 갱도를 판 경우로, 산이 높아 크게 흔들리거나 함몰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핵실험 뒤 나타나는 효과 중에 지층에 누적된 힘이 핵실험으로 생긴 빈 공간 쪽으로 일시에 풀려 나가는 ‘응력배출(Tectonic release)’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이번 2차 지진의 원인으로는 이쪽이 더 신빙성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진 전문가인 김원영 미국 컬럼비아대 러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2차 지진을 해석했다. 그는 “함몰일 경우 주로 장주기 지진파가 나오는데, 이번 지진의 경우 주로 단주기파가 나왔다”라며 “함몰지진보다는 ‘암반파열(rock burst)’ 또는 작은 여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9월 5차 핵실험 때도 이틀 뒤에 규모 1.8의 작은 여진이 있었다. 여진은 핵실험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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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 enhanced@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