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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수용]자율주행 냉장고

입력 | 2017-09-04 03:00:00


‘섹스와 스마트폰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이라는 엉뚱한 질문을 3년 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한국 미국 독일 브라질 중국 인도인 7500명에게 던졌다. 응답자 3명 중 1명꼴로 섹스를 포기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스마트폰 중독인데 한국인은 무려 60%가 육체적 관계를 끊으면 끊었지 스마트폰 전원은 끌 수 없다고 했다. 세계 최악인 저출산의 책임이 스마트폰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스마트폰 집착 현상을 뒤집어 보면 세상이 촘촘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의 방을 네트워크로 묶은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대단한 것은 극단적인 개인주의 시대에 상호의존성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사업 아이디어는 그 통찰력의 부산물이다. 최근 일부 에어비앤비 이용객이 성폭행 피해를 당한 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전통적 자본주의와 결이 다른 공유경제의 초기 단계에 나타난 혼란일 것이다.

▷독일에서 1일(현지 시간) 개막한 국제가전전시회는 자율주행 기술을 자동차만이 아니라 가전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파나소닉의 냉장고는 평소 빌트인 형태로 있다가 TV를 보던 주인이 부르면 스스로 움직여서 손을 뻗어 닿을 위치까지 온다. 삼성전자는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안을 보면서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는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LG전자의 잔디깎이 로봇은 잔디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매년 똑똑해지는 인공지능(AI)은 우리에게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주고 있다. 방을 빌려주거나 냉장고를 움직이는 모든 아날로그적인 행위는 혁신기업을 통해 디지털화된다. 디지털 혁명의 초기 혼란이 정리되면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는 반면 기술과 소득 격차가 심해지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4차 산업혁명의 경로다. 중간만 해도 살 수 있었던 ‘평균의 시대’가 끝나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살 수 있는 ‘가속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미국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말했다. 그가 불안한 가속의 시대도 포용의 리더십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