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원우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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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없는 것이 ‘장수감독’이다. 1982년 KBO 출범에 맞춰 창단한 롯데는 긴 전통을 갖췄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감독의 수명이 짧았다. 감독 대행만 무려 8명에 달한다. 강병철 감독은 세 차례에 걸쳐 롯데 지휘봉을 잡는 흔치 않은 일도 있었다. 김용희 감독도 대행을 포함하면 간격을 두고, 두 번 수장을 맡았다. 어지러운 감독 교체는 곧 이 팀의 일관성이 그만큼 결여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롯데는 2015년 10월 조원우 감독(46)을 선임했다. 길지 않은 2년의 시간을 줬다. 전임 이종운 감독에 이어 또 다시 감독 경험 없는 코치 출신을 선택했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2016년 조 감독은 어느덧 임기 마지막 시즌의 갈림길에 섰다.
롯데 조원우 감독. 스포츠동아DB
● 롯데 역사상 최장수 감독 탄생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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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롯데에서 조원우 감독이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고,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2012시즌을 끝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롯데에 큰 선물을 안겨준다면 재계약 가능성이 올라간다. 관례적으로 재계약은 2~3년이 보장된다고 볼 때, 조 감독이 ‘감독들의 무덤’인 롯데에서 생존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 롯데 로이스터 감독. 스포츠동아DB
● 학습능력 가미되는 조 감독의 독기
전통적으로 롯데는 ‘외풍’에 많이 휘둘리는 팀이었다. 그러보다니 연속성이 떨어졌다. 롯데에서의 2년 경험은 조 감독과 롯데의 자산이다. 게다가 관건인 성적이 나오자 롯데 외곽에서 나돌던 ‘풍문’도 잠잠해지고 있다.
40대 중반 나이에 감독이라는 왕관을 쓴 조 감독도 커리어를 고려할 때, 배수진을 칠 상황이다. 활로는 오직 5위 이상의 성적뿐이다. 이런 조 감독이 29일 두산전에서 이례적으로 ‘8분 항의’를 했다. 5분을 넘기면 퇴장 규정이 있음에도 격렬히 저항했다. 심판진은 퇴장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 “규정대로 안한 것은 불찰”이라고 인정했지만 조 감독이 의사를 표시할만한 상황이었음을 일정부분 반영한 것이다. 어쨌든 심판 판정이 롯데에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큰 제스처를 보여주지 않았던 예전과 다른 면모다. 조 감독은 “이제 20여 경기가 남았다. 5할 승률이 일차목표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나직하나 단호하게 말했다. ‘롯데는 강한 감독이 와야 한다’는 일각의 시선이 무색하게 조 감독의 합리적 리더십 아래에서 실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 감독과 롯데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