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1승 넥센의 희망 최원태 첫 등판 4월 4일 1회 홈런 2방 맞아… 포심 대신 급히 장착한 무기 대성공 요동치는 공끝, 영건 전성시대 앞장
넥센 투수 최원태가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지하 불펜 잔디 위에 누워 자신의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 그립을 선보이고 있다. 시즌 초부터 줄곧 선발을 맡은 최원태는 팀 선발진 중 가장 많은 승리(11승)와 이닝(132와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포심에서 투심으로 패스트볼 그립을 바꾼 이후 높게 뜨던 볼의 제구가 잡히면서 9이닝당 볼넷도 지난해 3.39개에서 올해 1.97개로 크게 줄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긴급 처방의 효과는 놀라웠다. 이전까지 맹타를 휘두르던 상대 타선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최원태는 6회까지 5이닝 동안 1점만 내줬다. 시즌 첫 패를 안긴 했지만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된 경기였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투심패스트볼이 강점을 발휘하면서 땅볼로 물러나는 타자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최원태의 땅볼/뜬공 비율은 지난해 0.94에서 올해 1.27로 높아졌다.
투심패스트볼이라는 날개를 단 최원태는 24일 현재 팀에서 가장 많은 11승(6패)에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 중이다. ‘춘추영건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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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성적에 대해 최원태는 “내가 거둔 성적이 맞나 싶을 정도”라며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면서 배우는 게 너무 많다. 믿고 맡겨주는 덕분”이라며 구단에 공을 돌렸다. 최원태는 올 시즌 22경기를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세부 기록 중에서는 “두 자릿수 승리보다 이닝(132와 3분의 1이닝)과 퀄리티스타트(총 11회)에 자부심을 느낀다. 타선의 득점 지원 등 마운드 외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는 승리보다는 선발투수로서 내 역할을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롤 모델 ‘코리안 특급’ 박찬호처럼 끝없는 노력을 통해 강한 투수가 되는 것이다. “타자를 압도할 만한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뛰어난 변화구 실력을 가진 박찬호 선배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 롱런하면서 지금껏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업적을 세운 것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팬이라는 최원태는 언젠가 류현진이 2010년 한화 시절 세운 정규 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17개)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최원태는 “초등학교 이후로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이 없다”며 국가대표에 대한 꿈도 드러냈다. 28일 발표되는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 예비 엔트리에 그가 포함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월 열리는 이 대회는 24세 이하 선수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하를 주 대상으로 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