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 꼬아 만든 섬유 ‘트위스트론’ 韓-美 연구진 개발 호흡때 가슴 넓이 변화로 전기 생성
트위스트론의 현미경 사진. 트위스트론은 탄소나노튜브(CNT)를 한쪽 방향으로 꼬아 만든다. 실의 스프링 모양 구조로 인해 최대 30% 가량 수축·이완할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김선정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팀은 미국 텍사스대와 공동으로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탄소나노튜브(CNT)를 꼬아 만든 섬유 ‘트위스트론(Twistron)’을 개발하고, 전기 생성 능력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5일자에 밝혔다. 트위스트론은 ‘꼬다’의 의미를 가진 단어 ‘twist’와 장치를 뜻하는 접미사 ‘-tron’을 합성한 말로 ‘꽈배기처럼 꼬인 장치’를 뜻한다.
두께가 머리카락의 1만분의 1 정도인 얇은 시트 모양의 탄소나노튜브를 원통형으로 말아 계속 꼬아주면 트위스트론이 완성된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은 간단하다. 트위스트론을 소금물 같은 전해질 속에 두거나 전도성 있는 물질로 코팅하면 된다.
연구진은 별도로 힘을 가하지 않아도 트위스트론이 스스로 수축·이완하며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파도의 너울을 이용하는 것이다. 트위스트론에 풍선을 연결해 바다에 띄워두면 파도가 칠 때 풍선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트위스트론을 수축·이완시킨다. 동해 경포대 연안에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트위스트론이 최대 25%가량 수축·이완하며 전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온도 변화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 나일론을 트위스트론과 연결하면 나일론의 변화를 통해 저절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티셔츠에 트위스트론 섬유를 꿰매면 호흡할 때의 가슴 넓이 변화를 이용해 숨만 쉬어도 전기가 발생한다.
트위스트론의 전기 생산 능력은 현재까지 개발된 섬유 형태 에너지 수확 장치 중 최고 수준이다. 섬유의 직경을 늘리거나 여러 개의 섬유를 병렬 연결하면 한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스스로 움직이며 전기까지 생산하는 에너지 수확 장치를 개발했다. 자가 구동 무선 센서, 휴대전화나 드론용 전원공급 장치, 해양의 대량 전기 생산 등에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