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10m, 높이 5m 규모로 화강석으로 된 받침대 위에 스테인리스스틸 재질로 좌우로 늘어선 노동자들을 형상화했다. 사회적 변화를 이끈 노동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민주노총 관계자는 설명했다.
기념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아픔을 담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서경 팀이 만들었다. 앞면에는 기념비 이름이, 뒷면에는 ‘하나가 모여 모둠이 되고 모둠이 모여 대열이 되고 대열이 모여 군중의 함성을 이루어냈다. 군중의 함성은 행진을 시작하였다’라는 글이 새겨졌다.
권 씨의 주도로 현대그룹 계열사가 잇달아 노조를 결성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울산 동구에 밀집한 현대그룹 계열사 노조원 4만여 명이 그해 8월 18일 동구와 중구 경계인 남목고개를 넘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을 지나 중구 남외동 울산공설운동장까지 약 5km를 행진했다. 구호는 ‘노동자도 인간이다’ ‘8시간 노동하여 생활임금 쟁취하자’가 가장 많았다.
울산에서 촉발된 노동자 시위는 전국 ‘노동자 대투쟁’의 도화선이 됐고, 울산은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게 됐다. 그해 9월까지 전국에서 연인원 약 200만 명의 노동자가 3300여 건의 파업을 벌였고 1200여 개 노조가 새로 결성됐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기념비 옆면에는 그해 7월 이후 노조 결성 과정에서 숨진 조합원 14명의 이름도 새겨졌다. 기념비 옆에는 울산지역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6만5000명의 이름이 적힌 명판을 별도로 세웠다. 권오길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노동자의 인간선언인 19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을 맞아 노동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동기념비를 세웠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