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이후 ‘빌보드 톱10’ 한국인 美밴드 ‘DNCE’ 기타리스트 이진주
미국 팝 밴드 DNCE의 기타리스트 이진주(30·사진)는 빌보드 싱글차트 10위 안에 진입한 두 번째 한국인이다. DNCE의 곡 ‘Cake by the Ocean’이 지난해 차트 9위에 올랐다. 첫 번째는 ‘강남스타일’(2012년)의 싸이였다.
최근 인천에서 이진주를 만났다. 금의환향. 손가락이 아파 연주를 못하겠다며 징징대던 꼬마가 미국 인기 밴드 멤버가 돼 돌아왔다. 그것도 야외 음악 축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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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는 가수 소향의 올케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CCM 밴드가 멋있어 보여서” 기타를 잡은 게 열네 살 때 일이다. “근데 6개월 만에 기타를 태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죠.”
라디오에서 나온 연주곡 하나가 운명을 바꾸었다. “스티비 레이 본의 ‘Voodoo Child’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이 멈추더라고요.”
중학 1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다. 음악에 뛰어들었다. 중고교 학력은 1년 만에 검정고시로 따버렸다. 열아홉 살 때 비행기에 몸과 운명을 실었다. “짐이라고는 기타 한 대와 여행가방 하나뿐이었죠.”
로스앤젤레스의 음악학교 MI(뮤지션스 인스티튜트)에 입학했고, 졸업도 전에 팝스타 조딘 스파크스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발탁됐다. 험난한 순회공연 생활이 시작됐다. 한국인이자 여성으로서 현지 남성들이 득실대는 공연계에 자리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팝스타 조너스 브러더스, 찰리 XCX, 실로 그린의 밴드를 거치며 그는 강인해졌다. “인종차별, 문화차이 때문에 힘들기도 했어요. 근데 남자들이 또 단순한 구석이 있어서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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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는 “제가 이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게 어떨 땐 안 믿길 때도 많다”면서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 하나뿐인 독특한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시작하는 분들이 제 이야기에서 꿈과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