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는 엄중한 안보위기 속에서도 ‘개혁 최우선’ 기조 아래 사회 각 분야의 파격적 정책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냈다. 임기 초 높은 국정지지율을 바탕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속도전 100일’이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정부답게 5년 임기 동안 가히 혁명적 변화를 이루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출범 100일을 즈음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낮게는 70%대 초반, 높게는 80%가 넘는다. 문 대통령의 탈(脫)권위 행보와 각종 개혁 정책에 국민은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국민 다수가 아직도 개혁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00일의 행보가 당장 성과로 입증되지 않은 정책 청사진이 대부분인 만큼 높은 지지율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문재인 정부는 쾌속 질주해왔다. 국민의 박수를 받는 집권 초기에 확고한 정책 방향을 잡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국정의 동력을 잃고 후회하게 된다는 과거 정부의 실패 경험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적폐청산’을 내건 권력기관 개혁은 ‘과거 정권 비리 캐기 아니냐’는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이 공약한 ‘대통합’은 어느덧 실종됐다는 느낌이 든다. 투명성과 정당성을 내건 각종 공론화 과정도 마찬가지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전문성도, 책임성도 없는 민간인이 주도하는 공론화로 과연 개혁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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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운영은 5년의 장기 레이스다. 초반 스퍼트가 중요하지만 지나친 속도전은 정부가 지게 될 과부하는 물론이고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 개혁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아직은 작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제 100일, 앞으로 1700일 넘게 남았다. 조급증에서 벗어나 차근차근 점검하고 완급을 조절할 때가 됐다. 필요하다면 유연한 정책 변경도 주저하지 않는 ‘지혜로운 실천’에 주력해야 개혁에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