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일대서 ‘V2X 도로’ 실증 테스트
경기 화성시 도로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시작한 차량과 사물 간 통신 시스템 실증 실험. 교통신호 정보가 교차로에 설치된 통신 안테나를 통해 차량에 전송된다. 신호등 변경 정보가 전달되면 운전자는 미리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미래에는 이 정보를 수신한 자동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아래쪽 사진은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차량 내부에서 ‘교차로 교통신호 정보 서비스’를 시험하는 모습.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 구현을 위해 현대·기아자동차가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 15일 현대·기아차는 경기 화성시 일대 도로에서 자동차와 사물 간 통신 시스템에 대한 실증 실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V2X(Vehicle To Everything)’로 불린다. 자동차와 자동차는 물론이고 신호등 같은 교통 인프라와 자동차가 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집과 자동차, 식당과 자동차가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V2X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를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라 부른다. V2X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파악해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도 V2X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횡단보도에 설치된 CCTV는 횡단보도로 접근하는 자동차에 보행자가 있는지 알려준다. 또 신호등은 신호 변경까지 남은 시간을 자동차에 알려준다. 잔여 시간과 자동차의 속도를 분석해 신호 위반 가능성을 경고하는 기술도 구현됐다. 자동차끼리는 교차로에서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서로 알려준다. 앞 차량이 급제동한다면 충돌 경고가 뒤따르던 차에 전달된다.
이번 연구는 현대·기아차가 기존의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으로는 얻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시내 도로가 아닌 연구소나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시내 도로는 연구소와 고속도로에 비해 복잡하고 돌발 상황이 많다. 구글 자율주행차는 이미 5년 넘게 도심 곳곳을 다니며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만큼 자율주행차는 대응 기술을 갖추고 진화할 수밖에 없다.
시내 도로에서의 실험이 부족한 만큼 현대·기아차와 글로벌 선도 업체의 기술 격차는 분명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2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이 국산화되지 않은 점 등도 국내 업체들이 뒤져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시작은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자율주행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다. 권형근 현대차그룹 지능형안전연구팀장은 “높은 수준의 차량 제어 기술이 있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협력해 결국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현대·기아차는 혼자서 하려고만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협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은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지만 시스코 모빌아이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