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중국인 변호사 자오(趙)모 씨는 이달 5일 베이징한국인회 다누리센터가 한국인의 중국인 배우자들을 상대로 여는 한글학교를 위해 자신의 사무실을 기꺼이 내줬다. 지난달 29일 한국이 사드의 추가 배치를 발표했지만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지 20여 년 만에 처음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자오 변호사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해한다. 사드 철수는 어려울 것이니 필요 없을 때 레이더를 닫으면 어떨까”라고 제언했다. 완전 철회만 압박하는 중국 정부와는 생각이 달랐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날로 사회 통제를 강화하지만 13억 중국인은 중국어로 ‘우화바먼(五花八門·천태만상)’이다. 사드 문제도 반대부터 이해까지 각양각색의 견해를 가진 중국인이 한데 섞여 살아간다.
광고 로드중
선양에서 일하는 직장인 왕(王·여)모 씨는 처음엔 화가 났다. 지금은 “내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 처지라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 국가지도자의 결정을 한국의 보통 사람들과 연관짓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중국은 미국 눈치를 보지 않는다”며 중국의 굴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베이징의 운전사 웨이(魏)모 씨도 “국가가 말하는 대로 무조건 따르며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은 교양이 없고(沒文化)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창작 뮤지컬 ‘빨래’를 수입해 중국 무대에 올린 중국인 프로듀서 왕하이샤오(王海笑) 씨는 사드 갈등과 관계없이 한중 문화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다. 6월 첫 공연 때에 이어 12일 다시 통화한 그는 “7월까지 13회 공연하는 동안 매회 560석의 공연장이 거의 만석을 기록했다”며 베이징 공연계의 유명 관계자들이 대거 공연을 관람했다고 귀띔했다.
사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불가능하다. 시간을 두고 ‘관리’하면서 냉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필요하게 만들고 찾게 만들면 사드 갈등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지나갈 것이다.
자오 변호사도 “많은 중국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고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다. 이처럼 기초가 탄탄한 한중의 민의(民意)가 아래에서 위로 양국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