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대한통운 물류 자동화 시스템
경기 군포시 CJ대한통운 동안 서브터미널에서 자동 화물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에 문틀처럼 보이는 인식 장치를 통과한 상자들이 배송 지역별로 자동으로 분류된다. 과거엔 택배기사들이 컨베이어벨트 옆에 붙어 선 채 손으로 상자를 골라내야 했다. 군포=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 씨의 일상이 바뀐 건 올해 4월. 터미널에 자동 화물 분류기가 설치되면서부터다. 최근 찾은 터미널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자동 화물 분류는 크게 2단계로 나뉜다.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택배 상자가 문틀 형태의 자동 인식장치를 두 차례 통과한다. 통과할 때마다 상자에 붙은 바코드에 담긴 위치 정보에 따라 상자는 자동으로 분류된다. 컨베이어벨트 중간에 설치된 바퀴가 좌우로 방향을 틀며 상자를 목적지로 보낸다. 16곳으로 나뉜 배송 지역별 택배 물량이 이렇게 분류된다. 바퀴를 이용해 분류한다는 의미로 자동 화물 분류기는 ‘휠 소터(Wheel Sorter)’라 부른다.
자동화한 과정에서 사람의 손은 필요하지 않다. 택배기사들은 알아서 분류된 상자들을 트럭에 싣기만 하면 된다. 오전 7시에 일제히 출근하는 모습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는 오전 7시, 9시 반, 11시 세 그룹으로 나뉘어 출근한다. 과거에 비해 상자 분류 시간이 약 3분의 1로 줄어들었기에 가능해진 모습이다. 출근을 한 후에도 과거처럼 컨베이어벨트에 붙어 있지 않는다. 4명으로 짜인 한 출근조당 1명만 상자가 제대로 분류됐는지 확인만 하면 됐다. 기자가 찾은 날도 택배기사들은 무더위를 피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 씨는 “자동 분류 시스템이 도입되고부터 육체적 피로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서브터미널 18곳에 설치한 자동 화물 분류기를 내년 4월까지 전국 200여 서브터미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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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 향상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다. CJ대한통운은 이달 초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와 손잡고 경기 김포시에 글로벌 물류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글로벌 풀필먼트 센터’로 불리며 물류와 통관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알리바바그룹의 물류센터가 한국에 세워진 건 처음이고, 세계에서 5번째다. 이곳에는 자동 화물 분류기와 함께 맞춤형 자동 포장 기술이 적용됐다. 자동 화물 분류에 쓰이는 인식장치는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상품의 부피와 무게까지 측정할 수 있다. 상품을 인식한 후 상품에 맞는 상자로 포장까지 이뤄지게 하는 기술이 구현된 것이다. 이러한 첨단 기술은 알리바바 같은 고객사를 끌어들이며 물류회사의 영업력을 높인다.
CJ대한통운은 자율주행 운송로봇도 연구하고 있다. 운송로봇은 물류센터 내에서 상품과 적재 장소의 위치 정보를 파악해 상품을 실어 나른다. 운송 시간을 줄이고 정확성은 높일 수 있다. 첨단 기술이 영업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류회사와 근로자 모두가 원하는 선순환의 모습이다. 동안 서브터미널을 총괄하는 김호철 CJ대한통운 택배 남서울운영팀장은 “이런 방식으로 첨단 기술이 기업의 일감을 늘려준다면 첨단 기술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