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판매점 주말없이 영업 테트리스-보글보글-너구리 등… 30만원대 기기에 800개 게임 담겨 온라인 매출 전년比 10배로 껑충… 오프라인 오락실도 덩달아 증가세
2일 서울 중구 세운대림상가 2층의 게임전문매장 복도에 판매용으로 전시된 오락실 게임기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복도에 나와 있는 게임기 종류만 70여 개에 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9)는 주말이면 집에서 오락실용 대형 게임기로 일곱 살배기 아들과 테트리스 등 ‘추억의 게임’을 즐긴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집에 오락실용 게임기를 들여놓은 것을 보고 호기심에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더니 이런 게임기가 30만∼40만 원대에 팔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놀다가 100원짜리 동전이 다 떨어지면 시무룩하게 귀가했던 김 씨. 추억을 떠올리며 곧바로 오락실용 게임기를 주문했다.
오락실 전성기였던 1990년대 현란한 손놀림으로 또래들에게 ‘게임 고수’로 불렸던 그는 세월이 흘렀어도 게임 실력이 변하지 않았다. ‘비행기 슈팅’(미사일을 많이 쏘아서 적을 맞히는 게임)을 능수능란하게 하면 아들이 탄성을 지른다. 김 씨는 “아들에게 스마트폰 게임 하지 말라고 다그쳤지만, 막상 게임기의 조이스틱을 쥐자 짜르르한 손맛이 전해져 왔다”며 “오락실 주인이 되겠다던 어렸을 적 꿈을 이룬 기분”이라고 말했다.
2일 온라인 오픈마켓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6월 30일∼7월 30일) 오락실게임기가 포함된 ‘대형게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배로 늘었다.
대형게임기를 판매하는 서울 중구 을지로4가의 세운대림상가도 비슷한 분위기다. 2일은 세운상가의 공식 휴가 기간이라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았지만 오락기기 상점 40여 곳은 예외였다. 이곳에서 30년간 게임기를 팔았다는 안병광 씨는 “상가 전체를 통틀어 게임기를 사러 오는 사람이 하루에 통상 10여 명에 그쳤지만, 최근엔 200여 명이 찾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체 오락기 중 85%는 가정용으로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초 연예인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오락기를 쓰는 사실이 알려지자 오락기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엔 젊은 부부들이 인테리어용으로 오락기를 집에 들여놓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게임기 색상도 1980, 90년대 오락실에서 흔히 쓰이던 검은색 상자가 아니라 초록색이나 흰색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오락실 수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지역의 청소년 전용(전체 이용가 게임) 오락실 수는 316개로 2014년(63개)보다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마트는 체험형 가전매장인 일렉트로마트 6곳에 오락실을 설치해 30, 40대 남성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은 “오락실용 게임기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데다 지나치게 몰입감이 높은 모바일 게임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져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