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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날 좀 내버려둬”… 참 꺼내기 힘든 말

입력 | 2017-07-31 03:00:00


《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오직 두 사람(김영하·문학동네·2017) 》
 
누군가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들의 관심이 관심을 넘어 간섭이 되어버린 경우다. 특히 부모, 친구,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면 곤란해진다. 애정과 배려 등으로 포장된 그들의 관심을 향해 “날 좀 내버려두라”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갈등의 원인이 내게서 비롯됐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다 널 사랑해서 한 말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원망이라도 듣게 되면 차라리 그들의 간섭에 시달리는 편이 낫다고 느껴진다.

김영하의 단편 소설 ‘오직 두 사람’은 평생 권위적인 아버지의 간섭과 집착 속에서 자란 40대 여성의 이야기다. 애정으로 포장된 아버지의 간섭 덕에 나이 마흔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애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여동생과 어머니가 아버지를 떠나면서 결국 아버지와 단둘이 남게 된다.

뒤늦게 그녀 역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보려 노력한다. 병든 채 병원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떠나 여동생과 어머니가 있는 미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를 찾아온 것은 마침내 아버지에게서 벗어났다는 해방감보다는 고독함이었다. 평생 아버지의 과잉보호 탓에 제대로 된 연애조차 못해본 그녀에게 아버지의 부재가 가져다준 공허함이 더 컸다. 아버지의 집착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상실한 그녀에게 아버지만이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였기 때문이다.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고독함을 느낀 그녀는 결국 다시 병든 아버지 곁으로 돌아간다.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데서 오는 고독을 걱정한 나머지 그들의 지나친 관심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인내가 오히려 더 큰 고독을 부를 수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잊어선 안 된다. 소설 속 이야기처럼 결국에는 멸종된 언어를 쓰는 듯한 외로움과 고독만이 남을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날 좀 내버려둬”라고 말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대신 조용히 이 책을 선물하기를 추천한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