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비코드-하프시코드와 피아노
토비 에드워드 로즌솔이 그린 바흐 가족(1870년).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이나 부모님들께 “서양 악기를 배워본 적이 있다면 그 악기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어떤 악기가 가장 많이 나올까요? 아마도 ‘피아노’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장 여러분이 첼로나 클라리넷 같은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을 해 시간을 들여 알아봐야 하겠죠. 하지만 피아노는 굳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자신의 집 주변 10분 거리 내에 교습학원이 한 곳 이상은 있을 것입니다. 피아노는 그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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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아노는 방 한쪽을 다 차지할 만큼 부피가 큰 데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악기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악기를 배운다’고 하면 피아노부터 떠올리게 됐을까요? 우선 피아노가 대표 악기로 자리 잡은 것은 초보자라도 정확한 음높이를 연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화성(harmony)과 선율(melody)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 음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음악의 중요한 요소를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악기입니다. 작곡가나 지휘자 중에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보더라도 피아노가 얼마나 음악가에게 필수적인 악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 피아노 이전의 건반악기
하지만 피아노의 역사는 서양의 다른 악기에 비해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바로크 시대, 즉 바흐와 헨델이 활동하던,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쯤에는 피아노 대신 클라비코드(clavichord)라고 불리는 건반악기가 있었습니다. 나무로 된 건반(key)을 누르면 건반에 연결된 탄젠트(tangent)라고 하는 작은 놋쇠가 ‘현의 위쪽을 살짝 건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이 탄젠트가 줄을 건드린 이후에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줄에 붙어 계속 진동시킴으로써 소리가 지속됩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소리로 인해 연주자는 건반 위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현악기에서나 가능한 비브라토(vibrato·떨림 주법)를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또 미약하게나마 점점 세게(cresc.)와 점점 여리게(dim. decresc.)가 가능한 악기여서 바흐가 굉장히 사랑한 악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림 1〉 클라비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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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하프시코드
○ 피아노의 탄생
그 당시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 제작자였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1655∼1731)는 줄을 뜯는 대신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새로운 건반악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악기에 ‘작은 소리와 큰 소리를 내는 큰 하프시코드(그라비쳄발로 콜 피아노 에 포르테·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림 3〉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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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산업혁명을 거쳐 목재 프레임 대신 철재 프레임을 사용하고, 5옥타브였던 음역을 7옥타브 반으로 늘렸으며, 소리를 지속할 수 있는 지속페달이 생기면서 피아노는 놀라운 표현력을 지닌 악기가 되었습니다. 베토벤, 쇼팽, 리스트 등 많은 작곡가가 피아노를 위한 곡을 만들고, 큰 연주회장에서 피아노곡이 연주되면서 당당히 ‘악기의 왕’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다른 건반악기와 비교해 피아노의 가장 큰 장점은 건반을 누르는 힘으로 셈여림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강약의 폭은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제외하고 악기 중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다양한 음색과 소리 변화는 물론이고 선율과 화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피아노는 어떤 음악도 연주할 수 있는 최고의 독주 악기이자, 어떤 악기와도 잘 어울려 반주나 합주 등 다양한 연주 형태가 가능한 클래식계의 대표 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