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폐쇄 3주째… 들썩이는 군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2008년 신설된 군산대 조선공학과는 요즘 폐지론까지 나온다. 한때는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 30명 전원의 취업이 100% 보장될 정도로 인기였다. 이 대학 염덕준 교수는 “올해 졸업생 중 절반만 취업했지만 조선업종으로 간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조선소의 가동이 1일 중단되자 지역사회와 협력 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소 존치’를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사실이 겹치면서 지역사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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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협력업체들과 상인, 젊은 구직자들의 유일한 희망은 문 대통령이 “조선소를 존치시키겠다”고 언급한 대선 공약이다. 당선 이후에도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군산조선소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군산의 한 지역민은 “대통령 공약이 다 지켜지는데 군산조선소를 살리겠다는 공약만 안 지키면 되겠느냐”며 희망을 내비쳤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중앙정부가 이달 안에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선 공약인 만큼 조선소의 즉각 재가동이 주요 대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울산 일감이라도 가져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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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산지역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선박펀드로 우선 몇 척이라도 발주해 일을 하자는 것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현대상선 발주물량 중 절반(5척)이라도 군산으로 다시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도의회 일각에서는 “내년 2월경부터 군산조선소가 재가동을 할 것”이라는 성급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장 작업이 시작되려면 최소 6∼8개월의 설계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한 언급이다. 도의회가 현대중공업을 압박하는 것이다.
일부 협력업체는 아예 울산 물량을 군산으로 가져오자고 주장한다. 조선업은 설계가 끝나면 블록별로 작업이 이뤄진 뒤 블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배를 제작한다. 울산에서 제작한 블록을 군산으로 옮겨 조립하면 당장 일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는 “울산에서 블록을 만들어 군산으로 가져가 배를 만든다면 대략 1000억 원 정도가 더 들 것”이라고 말했다.
○ 힘 빠지는 업계 구조조정
청와대 앞 시위 나선 군산시의회 의장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이 17일 청와대 앞에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요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군산시의회 제공
2015년경부터 두 차례에 걸쳐 7조 원이 넘는 유동성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은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6일 인사청문 답변 자료에서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목표가 5조3000억 원이지만 이행 실적이 2조 원 수준으로 다소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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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위기 때문에 산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새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조선업이 다시 호황 사이클로 들어가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 상황이 나아지면 일자리도 조금씩 늘어나고 구조조정 얘기도 들어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올 상반기(1∼6월) 국내 조선업계는 28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주량을 기록했다. 수년간의 수주 절벽으로 지금은 일감 없이 버티는 상황이지만 조선산업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수주 회복세는 수년간 워낙 실적이 없는 데 따른 기저효과다. 2011년과 같은 호황이 다시 오기는 힘들다.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